17일 새벽, 충남 아산시 곡교리 일대가 폭우로 침수되며 상가와 일반주택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고불교 인근 저지대는 물에 잠겼고, 상가 내부는 진흙탕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복구는커녕 아직도 물을 퍼내고 있다”며 절망을 토로하고 있다. 공무원의 현장 방문이 없어 “우린 잊힌 것 같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곡교리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 씨는 “냉장고, 조리기구, 식자재까지 모두 물에 잠겼다. 전기까지 끊겨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이건 단순한 침수가 아니라 생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 내부는 진흙과 오물로 뒤덮였고, 물이 빠진 뒤에도 악취와 곰팡이로 인해 정상 영업은 요원한 상태다. “보험도 안 되고, 복구비용도 막막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주택가 주민 박모 씨는 지난 17일 새벽,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순식간에 거실까지 물이 들어왔어요. 침대, 장롱, 냉장고까지 다 젖었죠.”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다음 날 “물이 빠지고 나서 집에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멈췄어요. 안쪽은 이미 구조가 뒤틀려 있었고, 바닥은 꺼지고 벽은 갈라졌어요. 손도 못 댈 정도였죠.”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문 앞에 서서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주민들은 “공무원이 현장에 오지 않는다”는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전화를 직접 걸어 피해 신고를 해도 , 실제로 와서 확인하는 시관계자가 사람없다. 우리가 직접 치우고, 우리가 직접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피해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현장에 나가고는 있지만, 아직 파악하지 못한 곳도 있다”며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최선이라는 말만 반복되고, 실제 도움은 없다”고 반박한다.
염치읍 젖소농가와 도고면 양계농장도 침수 피해로 수십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젖소농가는 “물이 들어올 때 젖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지만, 손 쓸 틈도 없이 물이 차올랐다”며 “살아있던 생명이 눈앞에서 떠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도고면 양계농장은 수천 마리의 닭이 폐사했고, 농장주는 “숨도 못 쉬고 죽은 닭들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오염된 물을 먹은 닭들이 또 죽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마을회관, 초등학교, 경로당 등 27개소에 이재민 347명을 대피시키고, 구호세트와 텐트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복구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