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소방서 구조구급센터 소방교 서현민

산불이 더 이상 계절성 재난이 아니라는 사실은 소방 조직으로써 현장의 최 일선에서 일해 온 우리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피부로 느껴져 온 현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산불은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와 피해 양상도 점차 대형화·장기화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영향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며, 산불은 이제 기상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소방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산불과 맞서고 있다. 그러나 기후 조건의 불확실성과 열악한 지형, 고온·강풍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는 산불 현장은 단순한 진압 작업 그 이상의 복잡성을 갖는다. 특히 야간이나 험지에서의 화재는 공중 지원이 제한되어 인력 중심의 고위험 대응이 불가피하며, 이는 구조대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고강도 상황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산불 발생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경고다. 대부분의 산불은 인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봄철 논두렁 소각, 캠핑 불씨, 무단 쓰레기 소각 등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과거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숲이 마른 장작처럼 건조한 상황에서는 올 해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의 경우처럼 작은 불씨 하나로 크나큰 재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소방의 역할뿐만 아니라 국가적·사회적 대응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산불을 ‘진화’ 중심이 아닌 ‘예방’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마을 단위의 화재 예방 교육 강화, 불법 소각 단속, 입산 통제 구역의 실질적 운영 등은 기초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둘째,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위험 예측 체계 구축과 과학 기반 초기 대응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드론을 통한 고지대 정찰, 인공지능 기반 화재 위험 예측, 지역별 위험도 분석을 통한 자원 배치 체계 등은 효율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현장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장비 현대화와 인력 확충, 훈련체계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산불 대응은 단순한 화재 진압이 아니라 복합 재난 대응이며, 이에 걸맞은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이 전제되어야 한다.

소방은 항상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산불이라는 위협은 이제 소방만의 책임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적 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산불 예방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소방 장비가 아니라 국민의 인식과 행동 변화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