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안전공사는 고압가스와 독성가스라는 고위험 영역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이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위험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표준화된 검사·교육·진단 영역까지 공공이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는 이미 민간 공인기관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이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관은 곧 예산 축소이며, 인력 감축이고, 조직 위상의 하락이기 때문이다.
안전이라는 공공 명분 뒤에 조직 생존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규제기관과 수행기관의 역할 혼재다. 가스안전공사는 기준을 해석하고, 검사하고, 교육한다. 다시 말해 심판이면서 선수다. 이 구조에서 민간 참여는 제도적으로 허용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인증 기준은 높아지고, 진입 장벽은 보이지 않게 세워진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지는가. 한국 행정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왜 공공이 직접 하지 않았느냐”는 사후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공은 모든 것을 쥐려 한다. 그러나 이 책임 회피형 행정은 안전을 강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성과 효율성을 약화시킨다.
때문에 가스안전 행정, 이제는 ‘위험도 기반 역할 분리’로 전환해야 한다.
가스 안전 행정의 개혁은 공공과 민간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위험도에 따라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다. 독성가스는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반복적·표준화된 검사와 교육, 저위험 설비 진단까지 공공이 독점할 이유는 없기에 몇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고위험 영역과 저위험 영역을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독성가스는 가스안전공사의 전담 영역으로 유지하되, 저위험·일반 설비는 민간 공인기관으로 단계적 이관이 필요하다.
둘째, 규제와 수행의 분리를 제도화해야 한다. 가스안전공사는 기준 설정과 감독에 집중하고, 검사·교육·진단은 민간이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안전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호 견제를 통해 오히려 높이는 길이다.
셋째,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민간 이관의 최대 걸림돌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다. 역할별 책임 기준과 사고 대응 프로토콜을 명확히 하면, 공공이 모든 것을 떠안을 필요도, 민간을 배제할 이유도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의 성과 지표를 바꿔야 한다. 업무량 확대가 아니라, 위험 감소와 시스템 안정성이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기관이 스스로 기능 축소를 개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안전은 독점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위험도에 맞는 역할 분리와 견제가 있을 때 강화된다.
지금의 구조는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는 권한 구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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