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피해 입은 윤○○ 대표가 운영중인 공장

지난 7월 17일 오후 3시경, 아산시 곡교리 인근 하천에선 한 남자의 발걸음이 운명을 바꿔놓았다. 물 빠진 하천 그는 단지 공장 현장 확인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물에 빠져 위태롭게 떠 있던 한 노인을 발견했다. 아무도 없던 그 자리에서, 이 남자는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생명을 살린 주인공은 곡교리에서 20년 넘게 육계 유통업을 이어온 윤○○ 대표였다.

당시 현장은 전날부터 이어진 폭우로 인해 지반은 진흙투성이, 물살은 여전히 거셌다. 윤 대표는 “공장 가는 길이 하천 쪽이었는데,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이 보여 얼른 뛰어갔다”며 “주변에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도 없었고, 본능적으로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윤 대표가 구조 직후 향하려던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운영 중인 공장이였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현장에는 희망 대신 절망이 놓여 있었다. 전날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공장 기반시설은 일부 붕괴되고, 육계 저장 창고와 냉각장치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복날을 앞두고 평소보다 많은 물량 입고해 피해는 가중됐다. 윤 대표가 입은 피해는 단순한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생업의 붕괴였다.

▲수해 피해 입은 윤○○ 대표가 운영중인 공장

윤 대표는 “이미 저 자신은 수십 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그날 노인을 보고 발걸음이 멈췄다면 평생 죄책감에 살았을 것 같다”며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다시 그런 상황이 닥쳐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계 유통을 해온 윤 대표는 “유통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일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했다. 피해로 인해 냉장시설과 차량 일부가 망가지고 계약 물량도 대폭 줄었지만, 그는 “피해는 다시 복구할 수 있다. 생명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말끝을 맺었다.


이번 곡교리 집중호우는 280mm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하며 주민 80여 명의 대피와 주택 및 농가 침수를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