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자금을 위탁받은 일부 민간 벤처캐피털(VC) 운용사들이 스타트업과의 투자계약에서 불공정 조항을 삽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은 “공공자금이 투입된 펀드조차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모태펀드는 벤처 및 중소기업 육성을 목표로 정부가 조성한 공공펀드로, 한국벤처투자가 모태가 되어 민간 VC에 자금을 위탁하고, 이들이 스타트업과 직접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일부 운용사들이 투자계약에 상장 실패 시 손해배상, 매출 목표 미달 시 투자금 반환 등 과도한 성과 연동 조항을 삽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관 의원실이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사의 투자계약 준수사항 위반 건수는 2021년 39건에서 2023년 10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상장(IPO) 실패 시 연복리 20%의 손해배상 조항을 삽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수제맥주 기업 코리아크래프트비어(KCB)는 HB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 원을 투자받으며 해당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고, 실제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불공정 계약이 정부 출자금이 투입된 공공펀드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H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10년간 818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해 왔지만, 정부는 해당 계약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이나 제재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현행법에는 불공정 투자행위나 부당한 계약 조항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정부가 운용사의 계약 실태를 점검하거나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도 사실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공자금이 투입된 펀드에서조차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점검할 권한도, 제재할 수단도 없다”며 “관련 법령에 불공정 투자행위에 대한 규정을 명시해 모태펀드는 물론 민간 VC의 계약까지 점검·제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