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당진시 송악읍 논에서 콤바인이 움벼 수확을 하고 있다
충남도가 자체 개발한 초조생종 벼 ‘빠르미’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한 번의 모내기로 두 차례 수확이 가능한 ‘움벼(라툰) 재배 기술’의 대규모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이기작·이모작·삼모작 기술에 이어 빠르미 재배 기술의 ‘4종 세트’를 완성한 성과로 평가된다.
움벼 재배는 첫 수확 후 벼의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자라 쌀이 다시 영글면 수확하는 방식이다. 논을 다시 갈지 않고 물과 소량의 비료만 공급해 벼를 재생시키는 ‘저투입형 벼 재배 기술’로, 동남아나 미국 남부 등 고온 지역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생육 기간이 짧고 재생력이 뛰어난 빠르미를 활용해 국내에서도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실증은 홍성 서부면 3만㎡, 당진 송악면 4만 5000㎡ 규모의 논에서 진행됐다. 5월 초 모내기 후 8월 초 1차 수확을 마친 뒤, 밑동을 그대로 둔 채 물을 공급해 10월 하순 2차 수확에 돌입했다.
실증 결과, 1차 수확량은 10a당 450㎏, 2차 움벼 수확량은 1차 대비 약 20% 수준인 90㎏으로 예상되며, 총 수확량은 10a당 540㎏으로 일반 벼(527㎏)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빠르미는 8월 초 프리미엄 햅쌀로 높은 가격에 판매돼, 1차 수확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윤여태 쌀연구팀장은 “움벼 재배는 경운·육묘·이앙 등 추가 작업 없이 물과 약간의 비료만으로 재배가 가능해 노동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병해충 피해도 적고 태풍에도 강해 기후위기 대응형 벼 재배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헌 연구개발국장은 “이번 실증을 바탕으로 수량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움벼 재배 표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빠르미는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을 교배해 개발한 품종으로, 이앙부터 수확까지 80일 안팎의 짧은 생육 기간을 자랑한다. 이는 기존 삼광벼보다 약 50일 빠른 수확이 가능해 농자재·인건비·물·비료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빠르미는 이기작(빠르미+빠르미), 노지 이모작(감자·옥수수+빠르미), 시설하우스 삼모작(수박+빠르미+오이) 등 다양한 작부체계에 활용 가능해 농지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