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특허청을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승격시켰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국가적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지식재산(IP)이 산업경쟁력의 ‘부수적 자산’에서, 국가 혁신성장과 글로벌 경쟁의 ‘핵심 동력’으로 위상이 격상된 것이다.
지식재산처 승격, 기대되는 효과는
첫째, 정책 일관성 확보다. 특허청은 그간 산업부, 문체부, 과기정통부, 법무부 등 여러 부처와의 협업이 잦았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어 조정력이 떨어졌다. 지식재산처가 되면 국무총리 산하에서 범부처 조정과 예산 배분이 용이해진다.
둘째, 국제 경쟁력 강화다. 세계는 특허를 무역·안보와 직결된 자산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반도체 특허와 기술 보호를 국가 전략으로 삼았고, 중국은 ‘IP 강국 전략’을 선언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한국이 이 흐름에 대응할 전략 사령탑이 될 수 있다.
셋째, IP기반 신산업 창출이다. 지금까지는 특허 등록 이후 활용이 미흡해 ‘죽은 특허(dead patent)’가 90% 이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식재산처는 특허를 금융자산으로 전환(IP금융), 거래소에서 유통(IP거래), 산업 현장에 접목(IP활용)하는 IP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 벤처 생태계 활성화, 투자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국민 생활과의 접점 확대다. 예컨대 K-콘텐츠 불법복제 차단, 청소년 IP 교육, 스타트업의 해외 특허 분쟁 대응 지원 등은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일본은 ‘내각부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운영하며 총리 직속에서 국가 IP 전략을 기획한다. 중국은 ‘국가지식산권국’을 국무원 직속 기구로 두고, 거대한 IP 데이터와 인프라를 집중 관리한다. 미국은 USPTO가 상무부 소속이지만, IP 관련 전담 고위직(지식재산 차관보)이 있어 대통령과 의회에 직보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의 지식재산처는 이들 모델을 절충하면서도, 한국형 IP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처 간 칸막이를 어떻게 허물 것인가 ▲IP정책과 산업·금융·문화정책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글로벌 IP질서에서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핵심 과제다.
그러나 승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조직 확대 과정에서 관료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민간 전문가, 산업계, 학계와의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조직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에 맞춰 단순한 통계(출원·등록 수)보다 ‘활용·가치화 성과’를 지표로 삼는 성과 중심의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 신뢰 구축이 먼저다. 국민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부처”로 체감하지 못하면, 지식재산처는 이름만 바뀐 조직으로 남기 때문이다.
지식재산처 승격은 한국 지식재산 행정의 새로운 출발선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특허를 ‘많이 내는 나라’에서 벗어나, 특허와 IP를 통해 부가가치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 지식재산처가 그 중심에서 산업·금융·외교·문화·교육을 아우르는 국가 혁신 사령탑으로써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범부처 거버넌스 확립, 성과 지표의 전환, 전문성 확보, 국민 체감 성과 창출이 필수적이다. 지식재산처가 한국형 IP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글로벌 IP 경쟁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