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국회방송 사장 안전공학박사 김주회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다. 이제는 “지방자치가 필요하냐”가 아니라,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를 묻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지방의회는 제도적으로는 정착했다. 주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기관으로서 조례 제정,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라는 기본 틀은 갖추었다. 회의는 공개되고 회의록은 기록된다. 형식만 놓고 보면 지방의회는 성숙한 민주적 기관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형식 이후’다. 지방의회는 여전히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기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매년 반복되지만 지적 사항은 되풀이되고, 예산 심의는 집행부 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견제는 갈등으로 오해되고, 비판은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로 취급된다. 그 결과 지방의회는 행정을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행정과 책임을 분산하는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전문성 구조의 부재다. 지방의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정책 검토와 예산 분석, 안전·재난·인허가와 같은 고난도 행정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좌 인력과 정책 분석 체계 없이 ‘질문 잘하는 의원’을 기대하는 것은 제도적 무책임에 가깝다. 지방의회의 무력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단체장 중심의 행정 권력은 더욱 강화됐다. 인사·예산·인허가 권한이 집중된 행정 권력 앞에서 지방의회는 사후 승인 기구로 전락했다. 견제하지 않는 의회는 편한 행정을 만들고, 편한 행정은 결국 책임지지 않는 행정을 낳는다.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의 실패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지방자치 30년의 평가가 냉정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의회의 문제를 외면한 채 단체장 리더십이나 중앙정부 탓만 반복해서는 지방자치는 앞으로도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제 지방의회는 ‘정치의 장’이 아니라 ‘정책의 기관’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향후 지방의회 개혁의 핵심은 분명하다.

첫째, 상임위원회 중심의 정책 전문 의회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보좌관과 예산·안전 전문 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둘째, 행정사무감사는 결과가 책임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반복 지적 사항에 대한 행정 책임이 명확히 연동되지 않는 감사는 형식일 뿐이다.

셋째, 재난·안전·인구소멸과 같은 지역의 생존 의제를 지방의회의 중심 과제로 고정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조례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조례가 필요하다.

지방자치 30년은 지방의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이제 지방의회 개혁 없는 지방자치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음 30년을 논하려면, 지방의회부터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