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부터 27일까지, 필자는 충청소방학교를 포함한 충청권 소방의 일원으로서 싱가포르 소방학교(SCDA)에서 진행된 ‘국제 유해물질 대응 과정(International HazMat Response Course)’ 국외훈련에 참여했습니다. 국내 산업단지, 항만 등 복합 위험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화학·방사선·생물학적 재난(CBR)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의 기술과 교육체계를 습득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었습니다.
ICS 기반의 통합 지휘체계가 핵심
훈련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싱가포르 소방청(SCDF)의 현장 대응 속도와 체계성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항만과 산업단지가 밀집된 환경적 특성상 유해화학물질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SCDF는 이러한 환경을 반영해 정교한 지휘체계와 실시간 현장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ICS(Incident Command System)라는 통합 지휘체계가 있었습니다. 이는 지휘·통제·상황관리를 일원화하여 보고 절차를 단순화하고, 현장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핵심 기제였습니다. 또한, SCDA의 교육철학인 '시나리오 기반 학습(Scenario-Based Learning)'과 '역량평가(Competency-Based Evaluation)'는 훈련생의 실전 수행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큰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첨단 현장 관리 시스템
SCDF의 현장 대응력은 첨단 기술과의 결합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1. 실시간 가변형 위험구역 관리: 단순히 구역을 설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GPS와 GIS를 활용하여 오염 농도, 기상 조건 등에 따라 Zone을 실시간 조정하는 '가변형 Zone Control'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 다중 탐지 및 정보 시각화: AP4C, LCD 3.3, G999 등 다중탐지기를 동시 운용하고, 그 결과를 GIS 기반의 지휘소에 실시간으로 자동 연동하여 위험 확산 범위를 명확히 시각화했습니다.
3. 제독 효율 정량 평가 및 폐수 관리: 훈련 시 제독 효율을 92%와 같이 수치로 정량 평가하고 , 폐수 회수 및 중화 처리 절차를 별도의 프로토콜로 운영하여 2차 오염을 체계적으로 방지했습니다.
4. 생체정보 기반 PPE 안전 관리: 전신 밀폐형 보호복(Fully Encapsulated Suit) 착용 중에도 대원의 체온,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생리적 한계를 관리하고 교대 기준을 수립하는 안전 체계는 특히 주목할 만했습니다.
▲ 아산소방서 소방위 김광태, 국제 훈련에서 본 유해물질 대응의 새로운 방향 (3)
국내 소방의 유해물질 대응력 향상을 위한 제언
이번 국제 훈련은 우리의 대응 체계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국내 HazMat 대응 체계의 고도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이 시급합니다.
· 지휘체계의 통합: SCDF형 ICS 구조를 우리 소방의 표준작전절차(SOP)에 반영하여 현장지휘소(Command Post)의 설치 및 운영 절차를 표준화하고, 현장 보고 절차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 기술 기반 위험구역 관리 도입: GPS/GIS를 활용한 실시간 가변형 구역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장 위험 예측도를 높여야 합니다.
· 교육·평가 체계 개혁: 소방 교육훈련 평가시스템(KFAS)에 Competency-Based Evaluation(역량평가) 항목을 추가하고, 실제 산업 현장을 재현한 시나리오 기반의 교육을 확대하여 실전형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이번 훈련에서 배운 교재와 교육 방식을 적극 반영해 HazMat 전문과정을 신설하고, 역량평가 중심의 교육을 확대한다면 유해물질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지역 산업단지와 항만·물류 거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사고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 훈련은 단순한 ‘해외연수’가 아니라, 우리 대응 체계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 소방이 더욱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갖춰,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