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2025년 10월,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구조적 문제들이 얽혀 있었다. 과중한 업무, 보호받지 못한 교사, 그리고 뒤늦은 제도적 대응. 사건 이후 충남교육청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5년 10월 4일 밤,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교 교사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가족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두었다.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추정이 이어졌지만, 교사단체와 유족은 한목소리로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중학교에서 방송·정보 업무를 전담하며, 임시 담임과 공석 보완까지 맡고 있었다. 교내 방송 장비는 노후화되어 고장과 장애가 잦았고, 교실 수는 60개에 달했다. 고장이 발생하면 건물 전체를 오가며 직접 수리해야 했고, 스마트폰 건강관리 앱에는 하루 평균 1만 보 이상을 걷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업무 강도는 결국 메니에르병 진단으로 이어졌고, 증상이 재발한 이후에도 방송업무는 계속됐다.

사건 직후 충남교육청은 아산교육청과 함께 사실관계 점검에 나섰고, 김지철 교육감은 직접 학교를 방문해 순직 인정 절차를 논의했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아산교육청 내에 추모공간이 설치되었으며, 학생과 동료 교사를 위한 심리상담도 병행되었다.

하지만 사건이 남긴 질문은 단순히 ‘순직 인정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왜 교사는 혼자서 모든 업무를 떠맡아야 했는가. 왜 교내에는 업무 분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왜 교육청은 사망 이후에야 움직였는가.

한국교총과 중등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 보호 제도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특히 ▲교사 업무 총량제 도입 ▲정보·방송 담당 교사에 대한 전문 인력 배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 ▲교사 순직 기준의 현실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충남교육청은 이후 ‘교원 업무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학교 내 업무분장 기준 강화 ▲정보·방송 업무 외주화 검토 ▲교사 정신건강 지원센터 확대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대책은 발표됐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여전히 한 사람이 모든 걸 떠맡고 있다”고 토로한다.

아산의 A중학교는 사건 이후 방송 업무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고, 교내 업무 분장을 재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충남 전체로 확산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정보 담당 교사’가 방송·기기·행사·홍보까지 모두 맡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순직 인정은 인사혁신처의 판단이지만, 충남교육청은 최대한 자료를 확보해 지원할 것”이라며 “교사 보호 제도는 단기 과제가 아닌 구조적 개편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한편,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 보호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며, 교사노조는 김지철 교육감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